김녕사굴
숨겨진 제주의 설화 - 김녕사굴 | |
![]() | |
![]() | |
![]() |
몸이 오싹해질 정도로 소름끼치는 공포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해마다 아름다운 처녀를 바치고 큰 굿을 하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뱀이 심통을 부려 농작물을 모조리 망쳐 버린다는데… 언제쯤이면 이 마을에 평화가 찾아올까요?
제주도에서는 오래전부터‘배염굴’또는 사굴(蛇窟)이라고 불려져 오던 동굴이 있었습니다. |
김녕 마을에서 동쪽으로 한참을 가면 화산 폭발 때 형성된 용암동굴지대가 나오고, 그 중에서도 커다란 뱀의 아가리와 같은 모양의 용암동굴이 바로 그곳입니다.
그리고 이 굴에는 귀가 달린 거대한 뱀, ‘대망’이 살면서 해마다 처녀를 제물로 받아먹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대망의 몸뚱아리는 얼마나 큰지 술항아리보다 더 컸으며, 아가리를 벌리면 사람도 단숨에 삼켜버릴 정도였고, 몸의 전체 길이는 너무 길어서 아무도 그 꼬리를 본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 마을에서는 대망에게 해마다 만 15세의 아름다운 처녀를 바치고 큰 굿을 했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마을의 밭들을 돌아다니며 농작물을 모조리 망쳐놓았습니다. 익어가던 곡식들은 태풍이 휩쓸고 간 후처럼 엉망진창으로 쓰러지고 망가진 데다 뱀이 독까지 뿜어 놓았기 때문에 한 톨의 곡식도 먹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 서련(徐憐)이라는 판관이 새로 부임하여 왔습니다. 그는 이제 막 벼슬길에 나선 혈기가 팔팔한 19세의 젊은이였습니다. 부임하고 나서 며칠 뒤에 서 판관은 김녕 사굴에 관한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니, 그런 괴이한 일이 있단 말이냐? 그런 요물(妖物)로 인하여 꽃다운 생명이 죽어야 한다니 가당치가 않다. 내가 그 요사스러운 대망을 처치하여 백성들의 슬픔을 덜어 주리라.”
봄이 되어 보리가 누릇누릇 익어갈 무렵,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굴에서 처녀를 바치는 굿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 판관은 그 전날 무용(武勇)이 뛰어난 부하들 수십 명을 선발하고 그들에게 창과 검을 주고 사굴 주위를 에워싸게 하였으며 마른 장작과 숯을 굴 주변에 잔뜩 쌓아놓도록 하였습니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제를 준비하라.” 사굴 앞에는 술과 고기, 떡을 올려놓은 큰 제사상이 차려졌고,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희생이 될 처녀는 정신이 나간 채 창백한 얼굴로 몸을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었으며, 심방(무당)이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구성진 소리로 굿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굴속에서 음산한 기운이 뻗치면서 주위의 나뭇가지와 풀잎들이 파르르 떨었습니다. 커다란 대망이 드디어 머리를 내밀고 나타났고,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처녀는 뱀의 흉측한 모습을 보자마자 기절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뱀은 슬슬 기어 나와 상에 차려진 음식들을 한입에 집어 삼켰고, 징그러운 혀를 날름거리며 처녀를 잡아 먹으려고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순간, “에잇, 이 요망한 괴물 같으니… 무엇들 하느냐, 모두들 이놈을 죽여랏!” 서 판관은 용감하게 외치며 대망에게 달려들어 머리에다 칼을 꽂았습니다. 뒤를 이어 부하들도 창과 칼을 들고 일제히 달려들어 찌르자, 대망은 피를 파도처럼 내뿜으며 쓰러졌습니다. 그때 심방이 서 판관에게 다가와 두려움에 질린 목소리로 떨며 말을 했습니다.
“빨리 피하소서, 말을 타 지체 말고 성안(城內)으로 달리십시오. 허나 무슨 일이 있어도 뒤돌아보면 아니되옵니다, 절대로 돌아보면 아니되옵니다.” 서 판관은 부하들과 제주 성으로 향하며, 쉬지 않고 말을 달렸습니다. 그때 뒤따르던 부하 한 명이 소리쳤습니다. | |
“뒤에서 피비(血雨)가 따라 오고 -있습니다!” “뭣이, 피비라고? 그런 비가 어디 있단 말이냐?”
서 판관이 뒤돌아본 순간, 시뻘건 피의 회오리가 대망의 아가리 형상으로 변하여 그를 통째로 감싸버렸습니다. 대망이 죽으면서 내뿜은 피가 원한의 덩어리가 되어 바람을 타고 서 판관을 계속 따라오다가 뒤돌아보는 순간 덮친 것이었습니다.
이후 대망의 요사스러운 흉포(凶暴)는 없어졌지만, 마을을 구하려던 서 판관의 절실한 마음과 애틋함만이 지금까지도 안타깝게 남을 뿐입니다. |
![]() |
-자료 : 아이러브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