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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주의 설화 시리즈2(자청비와 문도령(5)

세이레 2006. 4. 5. 12:47

자청비와 문도령(5)                   

마을잡배(雜輩)들 문도령질투 독주(毒酒) 먹여

남편 살리려고 환생꽃 찾아 서천꽃밭으로”

자청비때문에 버림을 받은 서수왕 따님아기는 열이 받쳐 죽어 새가 되었다.
이때부터 결혼식을 할 때 신부가 상을 받으면 혹시 버림받아 한이 맺힌 원혼이 있을까 하여 먼저 제물을 걷어 상밑에 놓아두고 음식을 먹는 관습이 생겼다고 한다.
자청비가 하늘에 있는 동안에 큰 난리가 나서 문선왕이 크게 걱정을 했다.
자청비가 갑옷에 오소리 감태모자를 쓰고 나가 하늘로 올라가며 비소금을 뿌리자 군사들이 모두 비실비실 쓰러져 죽었다.
대승을 거두고 온 공으로 문선왕이 벼슬을 주려고 했으나 자청비는 제주땅으로 내려가겠다고 자청했다.
꽃이 피고 오곡농사 열매열리는 것 본 지도 오래고 단풍이 붉게 물든 모습도 보고 싶었다.
자청비는 문국성과 함깨 인간세상으로 내려왔다.
초막을 빌어 베를 짜며 생활을 하느라니 착하고 이쁘다는 게 소문이 나서 시정잡배들이 문국성을 질투했다.
그래서 그들은 문국성을 죽이고 자청비를 차지하기로 작당을 했다.
하루는 동네 청년 한사람이 문국성에게 마을회의에 참석하라고 기별을 했다.
이 날은 멸망일이었다.
이상한 기미를 눈치챈 자청비가 문국성에게 절대로 술은 마시지 말라고 당부했다.
문국성은 술을 마시는 체 하면서 모두 비워버렸다.
술좌석이 끝나 집으로 오려는데 지지리도 못생긴 사내 하나가 아무도 자기를 상대해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며 술을 권했다.
『이런 사내가 속셈이 있으랴』
술을 받아마셨는데 그 속에는 독이 있었다.
문국성은 말을 타고 오다가 떨어져 죽고 말았다.
자청비는 문국성을 방안에 눕히고 날파리를 잔뜩 잡아다가 주머니에 담아 이불속에 넣어둔 후 태연히 베를 짰다.
다음날 사내 십여명이 문국성을 찾아왔다.
『문서방 어디갔소』
『엊저녁 술이 과해 잠잡니다』
사내들이 방문을 열어봤더니 이불속에서 부르릉 부르릉 코고는 소리가 났다.
『허 그놈 보기와 달리 장사로구나. 독주를 마셔도 아무렇지도 않으니』
사내들이 혀를 찼다.
자청비는 이왕 왔으니 수제비나 먹고 가라고 권했다.
무쇠방석을 열 개 꺼내 방에 놓았는데 사내들은 무거워서 들지도 못했다.
자청비는 수제비를 쇠로 만들어 내 놓았다.
수제비를 씹어 먹으려던 사내들의 이빨이 와지끈 와지끈 부러졌다.
자청비는 수제비가운데 몇 점 넣어둔 진짜 수제비를 슬쩍 골라내 맛있게 먹었다.
질겁을 한 사내들은 모두 달아나고 말았다.
사내들을 쫓아낸 자청비는 남자옷을 입고 서천꽃밭을 향해 말을 달렸다.
가다보니 남자 아이 둘이 부엉새 한 마리를 가지고 서로 자기가 잡은 것이라고 다투고 있었다.
자청비는 돈을 주고 그 부엉새를 사서 화살을 꽂아 서천꽃밭속으로 던져 두었다.
꽃밭언저리를 돌며 심한 기침을 하고 말방울 소리를 내니 꽃감관이 그 소리를 들었다.
『큰 딸 아가 나가 봐라』
『아무 것도 아닙니다』
큰 딸과 샛딸은 별일이 아니라고 시큰둥했는데 세째 딸은 남장을 한 자청비에게 반했다.
『웬 도령입니까』
『부엉새가 하늘 위에 높이 떠있길래 활로 쏘아 떨어뜨렸는데 꽃밭으로 떨어졌소. 새야 또 잡으면 되지만 화살은 찾았으면 좋겠소』
말젯딸아기의 말을 듣고 사라대왕이 나와보고는 깜짝 놀랐다.
자기가 그토록 잡지 못하여 애태우던 부엉새가 한마리 화살을 맞아 꽃밭에 떨어져 있는게 아닌가.
화급히 청해 들인 사라대왕이 말했다.
『어데 사는 누구신데 이렇게 활솜씨가 좋소』
『문왕성 문도령인데 과거보러 가는 길에 새가 보이길레 장난삼아 살을 놓았는데 제대로 맞았는지 모르겠소』
남장을 한 자청비는 자기가 문도령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요즘들어 부엉새 두 마리가 서천꽃밭에 날아들어 살고 있는데 한 번 울 때마다 꽃들이 무더기로 시들어 가니 큰 걱정이었소. 나머지 한 마리만 더 잡아주면 세째딸을 주고 내 사위로 삼으리다』
속셈이 있는 자청비인지라 쾌히 승락했다.
『그대신 이 새는 약아서 인기척이 나면 꽃물을 안 먹으니 오늘밤 가족 중에 아무도 밖을 내다보지 말도록 하십시요』
『알겠소』
밤이 되자 자청비는 알몸에 홑이불을 두르고 꽃밭으로 나갔다.
이불을 펼치고 꽃사이에 누워 기다리노라니까 자시께가 되어 부엉새가 한마리가 날아와 자청비의 몸위에 앉아 배꼽을 쪼았다.
자청비는 한 손으로 부엉새를 잡아 화살로 귀를 찔러 죽이고 꽃밭에 던져두었다.
다음날 아침 꽃감관이 물었다.
『어젯밤에 어떻게 됐오』
『잠결에 부엉이 소리가 들리길래 창너머로 살 한대를 놨는데 맞았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습니다』
과연 꽃밭에는 부엉이가 한마리 살에 맞아 죽어있었다.
꽃감관이 감탄하고 서둘러 결혼식을 준비했다.
성대한 식을 올린 후 부부가 같이 서천꽃밭을 구경하러 갔다.
꽃감관 세째딸이 일러주는 대로 자청비는 환생꽃·번성꽃·악심꽃·살오를 꽃을 전부 따서 감췄다.
결혼은 했는데 밤자리는 같이 하지 않아 꽃감관 딸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사람이 어찌나 높은지 남녀 구별법을 모릅니다』
꽃감관이 자청비에게 웬 일인지 물어보자 자청비는 『과거보기전에는 아낙과 자지 않기로 했다』고 대답하고 과거를 치르고 온다고 구실을 대어 서천꽃밭을 떠났다.

마지막 편이 이어집니다^^^


◇그림=김재경(서양화가)

    출처 : 바라밀 실천도량
    글쓴이 : 행복한 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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