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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정당신

세이레 2006. 4. 6. 10:45

□ 광정당신(廣靜堂神)

안덕면 덕수리 지경 광정당은 제주에있는 여러 신당중에 신력(神力)이 세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이 당 앞을 지날 때에는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다.

이형상 목사 제주에 부임해 와서 섬을 순력할 때였다. 그는 제주에 오면서, 제주신당을 철폐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목사가 이 광정당 앞을 지나려 할 때였다. 말을 끌던 시종이 하마(下馬)할 것을 간곡하게 권했다.

"이 무엄한놈아, 내가 이섬의 목사인데, 누구보고 하마를 하란말이냐?" 목사는 어처구니 없어서 호통을 치면서 말 잔등에 채찍질을 했다. 그리고 벌벌 떨고있는 시종에게 눈을 부릅떴다. 그런데 두어걸음 앞으로 내닫던 말이 더 움직이지 못했다. 말발굽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이 목사는 곧 광정당에 매인무당을 불러들였다.

무당이 나타나자, 큰 굿을 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이 당신의 실체를 보이라고 명령했다. 굿이 한참 진행되는데, 당에서 큰 뱀이 나왔다.
"이게 무신 신령이란 말이냐?"
목사는 군졸을 풀어 그 뱀을 죽이고 그 당을 파괴하여 버렸다.
어느날 밤 꿈에 백발 노인이 나타나 이목사에게 사정을 했다.
"죽어서도 편안한 집이 없어서 고생입니다. 목사님이 좀 선처해 주십시요." 뒷날 목사는 수소문한 결과 김녕 지경에 오래된 폐총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목사는 곧 그 폐총을 치산해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다시 그 노인이 나타났다.
"나으리 어서 속히 이 섬을 뜨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흉한 일이 벌어집니다."
잠을 깬 목사는 하도 꿈자리가 사나워서 그 꿈에 만난 노인말대로 급히 배를 띄워 육지를 벗어났다. 제주당신들이 이 목사를 복수하기 위해서 쫒아왔으나 허사였다.
골총신의 도움으로 섬을 무사하게 빠져나간 이 목사가 집에 당도해보니, 그의 아들 둘이 이미 급질에 걸려 죽어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당신을 학대한 죄를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