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자료
양남택과 구렁팟당신
세이레
2006. 4. 6. 10:50
양남택은 지금의 '구렁팟'(表善面 城邑二里)을 설촌한 사람이며, 또 그 마을의 본향당(本鄕堂)을 설립한 사람이기도 하다. '구렁팟'은 아주 오랜 옛날에 이미 동네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중간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폐촌되었다가 다시 그에 의해서 재건된 마을이다. 양남택은 원래 정의고을에서 이방(史房)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해 정의고을 현감이 3년 임기를 마치고 떠나게 되었다. 현감을 배웅해 드리기 위하여 화북(濟州市 禾北洞) 포구로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연일 태풍이 불어 배를 띄울 수 없어서 며칠 동안 화북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태풍은 보름 동안이나 계속되어 이만저만한 걱정이 아니었다. 어느 날 밤 꿈에 하얀 소복으로 단장한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나는 한양 남대문 밖 도정승(都政丞) 아들이노라! 제주도에 왔다가 고향엘 가지 못할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이 화북에서 있고 싶어도 해감냄새가 지독하여 도저히 머물러 있지 못하겠으니, 나를 어느 깊은 산골로 가서 잘 모셔달라. 그러면 너에게 부(富)를 내리겠노라." 깨고 보니 꿈이었다. '깨꿈이려니' 생각하고 지나쳐 버리려고 했었는데, 이튿날 밤 꿈에도 그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똑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큰 고민거리였다. '아, 귀신이 꿈에 나타나서 나에게 잘 모셔달라고 부탁을 한다고 하면, 무슨 증거물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날 밤 꿈에도 서울 남대문 밖 도정승 아들이라는 할아버지는 나타났다. 이상한 일이었다. 꿈에 나타난 할아버지는 양남택의 걱정을 이미 들었다는 듯이, "날 모셔 가려거든 원님이 타고 가려는 배의 나무조각을 하나 뜯어다가 거기에다 화상을 그리되, 코 위로는 떠나는 원님의 얼굴만 그리고, 그 밑으로는 새로 부임해 오는 사또의 모습을 그리면 나의 혼이 그리로 들어가서 너를 따라가겠노라." 양남택은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배로 가서 널판대기 하나를 떼어다가 꿈에 나타난 할아버지의 지시대로 화상(畵像)을 그렸다. 귀신의 조화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날이 화창해졌다. 원님을 배웅하고 나서 화상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 온 양남택은, '어디로 가서 모실까' 망설이다가 '구렁팟'으로 가서 모시기로 작심했다. '구렁팟'으로 화상을 모시고 집이라기보다 낟가리 비슷하게 초옥을 만들어 그 안에 모셔 내버렸다. 몇 해 후였다. 어느 날 밤 꿈에 다시 그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아, 나를 구렁팟으로 모셔줘서 고맙긴 하다마는 어느 누구 밥 한 그릇 대접하는 이도 없고 해서 내가 살아갈 수가 없으니, 네가 내 곁으로 와 살면서 나를 잘 대접해 주면, 당장 너를 부자가 되게 해 주마." '들은 게 병'이란 격으로 귀신이 꿈이 나타나서 그렇게 말했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양남택은 인가(人家)라곤 한 채도 없는 '구렁팟'으로 가서 농사를 지으며 살기 시작했다. 아닌게 아니라 귀신의 조화인 듯이 농사를 짓기만 하면, 팥씨 다섯 방울만 뿌려도 다섯말이 날정도로 해마다 풍년이었다. 양남택은 이내 곧 부자가 되었다. 이는 귀신의 도움이라고만 여겼다. 이 소식은 퍼지고 퍼졌다. 차츰차츰 인근 마을 사람들은 너도나도 구렁팟으로 모여들어 살기 시작해가자 큰 동네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양남택은 그 마을(城邑二里)의 설촌자가 되었고, 서울 남대문 밖 도정승 아들이노라며 꿈에 나타난 할아버지는, '구렁팟'으로 모여든 마을 사람들의 제반사(諸般事)를 수호해 주는 본향당신(本鄕堂神)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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