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추렴
돗추렴 줄거리
유옥순 할머니는 손주 병수와 단촐하게 살아오던 해녀할머니다. 4,3사건 때 산속으로 몸을 피해 숨어지냈던 아버지가 돗추렴하는 날 집에 왔다가, 누군가의 신고로 할아버지까지 끌려가게 되었고, 어디로 이송되는지도 몰라 생사 확인이 안 되어 집안에서는 제사까지 지내게 되었다는 할머니, 김상옥과 결혼 후, 아들을 낳으며 잘 사는가 싶었지만...월남전에서 남편을, 삼청교육대 후유증으로 아들마저 잃어야 했던 한까지 지닌 유옥순할머니...
그녀는 소아마비 손자 병수를 눈물로 홀로 키워야 했다. 다행히 손자 병수가 베트남 여인 후안과 결혼, 새로운 가족 후안이 합류하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희망이 없어 보이던 유옥순 할머니에게도 이젠 삶의 희망이 보이는가 싶다. 병수 결혼을 위해 돼지도 키우고 있다.
어느 날 돗추렴에 쓸 돼지를 찾아다니는 아들 친구 수호가 찾아온다. 하지만 돼지를 안 팔겠다는 유옥순 할머니, 고모 김명순도이 왔다가 돼지를 보고나서, 그 돼지를 나중에 쓰고 싶다고한다. 그러나 한마디로 거절한 유옥순, 이유가 뭘까?
그런 유옥순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손주며느리의 임신....과연 유옥순할머니의 삶은 더이상 어려움이 없다는 말인지.......
과거 돗추렴은 조부와 부친을 잃게 한 돗추렴이었다면 마지막 장에서 보여주는 돗추렴은 집 나갔던 식구들을 집으로 모여들게 하는데...
2022 제주소재 창작연극 <돗추렴> 공연에 초대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서서히 물러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 외부에서는 마스크을 안 써도 된다네요. 이제 머지않아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해제도 되겠지요? 사실 우리는 코로나19로 많이 괴롭고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그만큼 배우고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원인이나 결과를 예단하긴 그렇습니다만 우리가 사람답게,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 사건이라고 생각하니,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되네요. 멋진 가을을 만끽할 수 있어 좋습니다.
올해 제주소재 창작연극은 돗추렴입니다. 그동안 홍윤애이야기, 강평국이야기, 그리고 돗추렴...4년동안 제주소재 창작연극이 인물 위주 공연이었는데, 인물로 국한 시키기보다는 더 넓게 제주문화를 다뤄보자는 의도로 희곡공모를 하고, 돗추렴이란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딱 제주문화에 맞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돗추렴하면 저는 똥돼지, 돗통시, 제주 전통초가가 생각나면서 어릴 적 추억들이 떠오르는데요, 아마 제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분들이라면 빙세기 미소 지으며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공연을 보시면서 그런 추억에 젖어 보시기 바랍니다.
요즘 제주연극계는 각 단체마다 공연 준비로 바쁩니다. 매주 공연 보러 다니기에도 바쁠 겁니다. 좋은 일이지요. 연극단체가, 또 배우가 공연하는데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관객이 공연 관람으로 공연장을 찾는 게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모처럼 활기를 찾는 제주공연계가 살아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이 기운이 오래오래 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내년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대회에까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제주소재 창작연극 공연을 위해 도와주신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청 관계자여러분께 감사의 말씀과, 바쁜 일정에도 공연 참여를 해준 여러 연극인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와주신 관객여러분, 고맙고 존경합니다.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공연으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2022년 가을
한국연극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회장 정민자
작품 해설 및 줄거리
돗추렴은 제주풍속에 베어있는 마을 공동체의 상생과 해원의 정신세계를 자연스럽게 형상화 하고 있다.
바다를 삶의 터전삼아 살아가려는 며느리 삼대의 굴곡진 삶, 허물 많은 이웃 친지를 애증 감정으로 밀쳐내고 다시 품어 가는 생명 여정의 편집과 흥미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지혜롭고 넉넉한 심성의 유옥순 할머니, 베트남에서 월남전으로 인하여 다리를 다친 아버지의 병구완을 위해 타국인 제주도에 시집온 베트남 처녀 후안, 그리고 손주 병수만을 바라보고 키우기 위해 혼신을 다한 유옥순 할머니, 병수를 낳자마자 집을 나간 며느리는 세월이 흘러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들하고 같이 살게되고, 또한 묻혀졌던 과거 4.3때 할아버지,외할아버지,아들까지 잃고 살아왔으니, 담대한 여정속의 유옥순은 손주며느리의 임신소식에 잔치를 하겠다고 돗추렴을 하며 이웃들을 부른다, 돗추렴을 하며 막이 내린다.
작가의 글
육식 본능에 의한 폭력의 양태
육식 동물은 다른 동물을 죽여서 음식을 얻기에 거기엔 생명 살상의 폭력이 필수적이다. 고기를 먹는 인간은 태생적으로 폭력적 DNA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이 작품을 구상했다.
돗추렴은 필요한 사람끼리 돈을 염출하여 공동으로 돼지 잡는 일을 말한다.
지금은 양돈업체가 많아서 돼지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과거 제주의 시골집에서는 집안의 경조사나 살림살이를 위하여 돼지를 길렀다. 돗추렴하는 날은 마을 잔칫날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살육의 공개 현장이다.
해체된 고기의 필요한 부분들을 나누어 가지는 일은 원시사회에서 이어오는 전통적 공동체 행사였다. 현대 우리 사회에서도 갑질이라는 이름으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건들이 또한 이런 약육강식의 폭력적 본능에서 나온 것이다.
사건과 관련된 이웃들은 서로 인척이라는 끈으로 얽혀 있고, 숨겨졌던 애증의 관계가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 드러나게 되면서 해결점을 찾기가 무망 해졌다. 사건 당사자들이 사라진다고 해도 폭력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의 상처는 후세들에게 유산처럼 남는다.
폭력이 남긴 후유증으로 황폐한 삶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나누어 가지는 대동 행위를 통하여 화해와 상생의 희망을 그려보고자 했다.
강용준(필명 강준) 극작가/ 소설가 현 제주문학관 명예관장
희곡집 『폭풍의 바다』『랭보, 바람구두를 벗다』 등 8권/소설집 『제주렙소디』 등 4권.
삼성문학상/한국희곡문학상/한국소설작가상/전영택문학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