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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레 아트센터/연극 공연 소식

세계 명작 산책-첫번째, 러시아 안톤체홉의 백조의 노래 공연안내

 연극의 재발견

『안톤체홉』󰡒 백조의 노래(깔하스)󰡓


   

□ 공연시간 : 2009. 2. 14(토) ~ 3. 15(화) 늦은 8시

□ 프리뷰 공연 : 2008. 2. 14(토) ~ 2.21(토)

□ 연    출 : 김 태 남    □ 출    연 : 강 상 훈/ 이 화

□ 장    소 : 세이레아트센터 (신제주 코스모스 호텔 옆 아름누리꽃방 지하)

□ 스    텝 : 음악 디자인-박 경 일, 조명-김 태 남, 세이레극단 단원들



                  ☞안톤체홉의 <백조의 노래>-연습 자료사진1  (세이레극단 제공)

                  (바실리 바실리치 스베뜰로비도프/희극배우/69세)-배우/강 상 훈



연출의 글 (김 태남)


습관처럼 간직해 오던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있다.

길가의 우물 속 개구리가 보는 세상, 그 속에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겠지만

다시 깨는 아침에는 우물 밖 어딘가 다른 무엇 그것을 찾아 간다.

또 다른 하늘 속 뭉게구름 아닌 파아란 하늘 거기.


45년 간 무대를 지켜오던 한 노배우가 술에 취해 잠을 자다가 깬다.

분장실이다.

춥고 어두운 무대는 낯설게 느껴지고 누군가를 불러보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만 들려오고

무대에서 살아 온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무슨 의미일까

늙은 프롬프터와 함께 자기의 기억 속에서 꺼낸 대사들.

흔적......

광분하고 비아냥거리고 냅다 소리 질러도

결국 남는 건

모든 것에 안녕하고 마차를 타고 떠나야 하는 것을.....


다시 깨는 아침에는

파아란 하늘 거기.


안톤 체홉의 생애와 작품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은 1860년 1월 7일 흑해에 면한 남 러시아 항구도시 타겐로그에서 잡화상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그는 시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입학하였다. 재학 중 집안을 부양하기 위해 안또시 체혼떼 및 그 밖의 이름으로 7년 간 쓴 작품이 400편이 넘는다.


대학 졸업 후 사할린섬으로 여행을 떠나 우울증과 회의에 빠져 있던 체홉은 자기 회복의 계기를 마련한 작품 <사할린섬(1895)>을 집필하여 사회적 참여의 깊이를 더 했고, 농민생활의 나로드 니카(Narodniki)적 이상주의를 비판한 <농부들(1988)>, 그리고 현실에 희생당하는 러시아 인텔리의 무력함과 데카당스라는 무서운 병폐를 파헤친 <6호실>, <골짜기(1892)> 등의 사회 풍자적 성격의 우울한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체홉은 수많은 단편 외에 18편이나 되는 희곡을 집필했다. <곰>, <청혼>, <결혼>, <기념일> 등 초기 단편의 희극성을 이어받은 소극풍의 가벼운 희곡들과 후기 체홉이 즐겨 묘사한 암울한 어둠의 기초 위에 절망으로부터의 구원 혹은 인류의 밝은 미래에의 희망과 확신을 그린 불후의 4대 명작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동산> 등을 들 수 있다.


이미 소설가로 명성을 얻은 체홉이 극작가로 성공하는 데까지는 연극사적으로 중요한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체홉과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만남이 그것이다. 개관 공연은 톨스토이의 <표트르 이바노비치 황제>였고, 두 번째 공연은 <갈매기>였다. 이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었고, <갈매기>는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상징이 되었다.


체홉의 창작생황은 전기와 후기로 구분할 수 있다. 전기는 풍자작가 체홉의 시대로 300편의 풍자소설을 썼다. 이들 작품의 무대는 시골과 모스크바이며 등장인물은 하급관리, 소시민, 교원, 농부, 의사, 약제사, 산파 등 평범한 계층이다. 후기는 중편 <대초원(1888)>에서 시작된다. 이 때부터 작품 속에 우울한 분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전기의 유머러스한 작품과 비교하여 후기 작품의 공통적인 특색은 회색과 우울한 분위기이다. 그리고 인물은 모두 착한 사람들이지만 이른바 잉여 인간이 많다. 전, 후기를 통해 체홉의 예술은 주로 귀족문화에서 부르조아 문화에로의 심리적 과도기를 체험한 소시민 지식 계급의 운명에 집중되고 있다. 시대의 희생자인 그들은 무언가 모자라고 우둔하긴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체홉의 장편 중 <이바노프>,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동산> 같은 작품은 그 당시의 극단에 '새로운 언어'였다. 그의 작품 속에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만한 주제의 발전이나 인물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지 않고 내적 체험만 있을 뿐 사건보다도 심리가 풍부하다. 그의 극에 보이는 서정적 특질은 거기서 연유한다. 따라서 그는 연극다운 요소를 배제하고 극을 일상생활의 자연스러움에 접근시키려 한다. 그 대신 섬세한 묘사와 무리 없고 매력 있는 대화, 서정적 기분과 근대성은 체홉의 극장이라 불리는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관객을 정복하고 비상한 성공을 거두었다. 체홉은 '모스크바 예술극장'과 관계를 맺은 후 건강의 악화로 더 많은 작품을 남기지 못했으나 이 극장은 바로 체홉의 극장이 되었다. 이렇게 체홉은 간결하고 명철한 문장으로 자연스러운 실생활을 펼쳐 보임으로써 생의 아이러니와 진실, 소박함을 보이려 하였다. 


단막극과 체홉이 주는 매력


21세기의 현대인 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그의 작품을 단막이라는 틀에서 새롭게 접근.

단막극은 연극의 본질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이며 희곡구성에서 가장 핵심인 갈등을 고도로 응축하고 있기에 연극의 시작이자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단막극을 통한 실험정신. 

단막극의 정수이자 극의 응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체홉의 단막을 공연하여 단막극을 통한 실험적이며 창의적인 연극 무대의 활기를 모색하려 한다.

체홉의 단막들에는 그가 장막을 통해 말하려 했던 삶에 대한 다양한 모습과 희극성이 잘 녹아 있다. 바로 그 단막을 중심으로 체홉극의 재현을 통해  연극을 재발견하고, 관객에게 공감할 수 있는 방법들을 탐구하고 가늠해보고자 한다.


「백조의 노래」 같은 경우는 짧은 단막극을 보았다는 느낌보다는 정말 하나의 인생을 본 느낌을 준다. 그래서 체홉이 자신의 희곡에 희극적 요소를 잊지 않았던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다. 체홉이 사실주의를 실현한 작가라는 사실은 단막극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장막극에 비해 결코 그 메시지가 가볍거나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의 단막극은 장막극에서 보여줄 수 있는 대부분의 것을 응축하며,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그 이유는 체홉이 사실을 제시함에 있어 희극적인 첨가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절하게 첨가된 웃음은 극의 무게를 가볍게 할 것 같지만 오히려 비극의 배나 되는 무게를 지녀 작품을 더욱 엄숙하게 혹은 풍요롭게 만든다.

 

체홉 돋보기


체홉 작품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가를 살펴보자.


"대중이 예술에서 사랑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속된 것, 벌써부터 그들이 알고있는 것, 익숙해진 것들이다." 라고 체홉은 말했다. 다시 말해 체홉은 이와 같이 대중이 흔히 보고 느끼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작품을 구사했다. 체홉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연극적인 것, 상징적인 것을 배격하고 연극을 실생활이 되게 하는데 노력했다.


이러한 자유주의적인 경향의 작품이 체홉 작품의 특징이며 체홉의 작품들이 초기에 각광을 받지 못한 이유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체홉의 작품들은 그저 우리 생활의 일부분처럼 여기고 봐 넘기면 재미가 없다.


체홉의 작품에는 극적 갈등이나 잠정적인 전개 따윈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러나 여러 차례 계속 읽으면 차츰차츰 재미가 솟아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의 희곡은 읽는 것 보다 극화 된 것을 보는 게 더 큰 묘미가 있다.


체홉의 작품은 세익스피어와 함께 후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고전이자,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다. 사실 현대연극은 그의 손끝에서 시작되고 그의 손끝에서 마무리된다고 했다.


백조의 노래(깔하스)


                      ☞안톤체홉의 <백조의 노래>-연습 자료사진2 (세이레극단 제공)

                       (바실리 바실리치 스베뜰로비도프/희극배우/69세)-배우/강 상훈


체홉의 단막극 [백조의 노래]는 1886년에 쓰여진 단편 [깔하스]를 각색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1888년 한 잡지에 출판되었는데 체홉은 작품에 대해 한 지인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나는 4분의 1길이의 희곡을 썼습니다. 이 작품을 공연 하는데는 15~20여분이 소요될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지요. 꼬르쉬 극장의 유명한 배우 다븨도프가 공연할 겁니다..... 전 이 희곡을 쓰는데 1시간 5분이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깔하스]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으나 이후 [백조의 노래]로 바뀌고, 내용도 검열에 의해 몇 차례 수정을 하게 된다.


특히 주인공이 극중에서 연기하는 작품이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러시아 작가, ‘그리보에도프’나 ‘뿌쉬낀’의 작품에서, ‘세익스피어’의 "오델로"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수정되지 않은 텍스트 또한 보존되었고, 본 텍스트는 수정되지 않은 텍스트를 번역한 것이다.


이삼류 지방 무대의 늙은 배우가 무대에 혼자 남아 젊은 배우를 통해 자신의 지나온 삶에 대한 회한과 무대에 대한 열정이 애조 띠게 형상화된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한번쯤 인생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일생 동안 울지 않다가 죽을 때 한번 우는 백조의 삶처럼 한 배우의 가슴 저린 이야기를 무대에서 펼쳐놓는다. 그늘에 서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백조의 노래”는 연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삶에 있어서의 꿈과 좌절을 다룬 작품이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존재론과 운명론에 대해서.

 

                    ☞안톤체홉의 <백조의 노래>-연습 자료사진3 (세이레극단 제공)

                    (바실리 바실리치 스베뜰로비도프/희극배우/69세)-배우/강 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