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자료

제주의 마마신

제주도의 마마신은 바람을 좋아한 나머지 따뜻한 봄부터 가을까지 바람부는 대로 바람등을 타고 나들이 하였다. 사람들은 마마신이 찾아오면 가진 것 모두 내어 정성껏 차려 대접하였다. 만일 대접하지 않거나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마마신의 그의 요술주머니에서 마마 병정들을 풀어 냉 마마병을 퍼뜨리곤 하였다.
그러나 해마다 찾아오는 마마신 대접에 지친 사람들이 부락회의를 열었다. 이제는 마마신을 대접하는 대신에 높은 돌담을 쌓아 막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계획을 실패로 돌아갔다. 돌담 틈으로 마마 병정들이 마음대로 쳐들어온 것이었다. 다시 회의를 열어 땅을 깊이 파고 그 속에 숨어 살기로 하였지만 이 역시 실패하였다. 바람이 통하는 곳은 어디든지 마마 병정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근심에 휩싸였다. 모든 사람들이 점차 마마병에 결리고, 얼굴이 얽고 비뚤어져 병마에 시달리는 고생을 하게 되었다. 또 다시 부락회의를 열어 온 마을의 곡식을 한데 모아 크게 음식을 차리고 마마신에게 빌었지만 마마신을 모른다는 듯 시치밀 때었다. 그리고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사람들은 울상이 되었다. 먹을 것은 모두 마마신에게 바쳐 남지 않았으므로 피난을 가기로 작정하였다. 그러나 마마신을 악착스레 뒤쫒아오며 괴롭혔다. 이도 저도 못하게 된 마을 사람들은 마마신과 싸원 이기는 도리밖에 없다하고, 용왕의 힘을 빌리기로 결의 하였다. 그래서 마을에서 잠수일을 가장 잘하는 상군 해녀를 골라 용궁으로 피신시켜 줄 것을 용왕께 간청하도록 하였다.
선발된 상군 해녀는 즉시 바다로 나가 용궁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기 시작하였다.
해녀는 매일 바닷속을 누볐으나 용궁가는 길을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끝내 길을 찾지 못한 해녀는 마지막 수단으로 거북에게 호소하였다. 거북이가 고개를 젖자 이번에는 바위 신령에게 부탁하였다. 해녀의 딱한 사정을 들은 바위 신령은 아무도 몰레 용궁 길을 일러 주었다.
해녀는 무한히 기뻤다. 여태것 나타나지 않았던 용궁길이 바다 한 가운데에 커다란 동굴로 뚫어져 있는게 아닌가, 해녀는 크게 숨쉬어 곧장 잠수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헤엄쳐가도 굴 끝이 나타나지 않았다. 해녀는 포기하지 않고 죽을 힘을 다하여 들어갔다. 숨이 막혀 죽을 지경에 이르자 물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포기하면 마을 사람들이 어찌될 것인가. 그러므로 다시 잠수하였으나 실패하기를 서너차례...
기진맥진한 해녀는 마지막 힘을 다 내어 「바위 신령이여 ! 바위 신령이여 !」를 외쳤다. 그러자 해녀의 정성어린 목메임에 감동하였는지 어느새 해녀는 환히 밝은 세계에 이르러 있었다. 드디어 해녀는 용왕 앞에 엎드려 땅 위 사람들의 고난을 호소 하였다.
용왕은 곧 바닷가 바위신령에게 많은 군사를 내보내어 마마신을 없애도록 명령하였다. 용왕의 명령을 받은 바위 신령은 군사를 풀어 마마신을 포위하였다. 마마신도 그의 요술주머니에서 마마 병정들을 풀어 바위신령의 군대와 맞싸웠다.
마침내 큰 싸움이 벌어졌다. 바람을 타고 윙윙 쳐들어오는 마마 병정들을 바위 신령의 군대드은 맨주먹으로 때려 잡으려 하였다. 그러나 마마 병정들은 커다란 창칼과 활을 들고 바위 군대들에게 마구 돌격해 오는 것이 아닌가. 수많은 바위 신령은 마마 병정들의 창칼과 화살에 찔리어 구멍이 뻐금뻐금 뚫여 갔다. 그러나 바위 군대들은 또 그내들대로 이를 악물고 하나씩 둘씩 마마 병정들을 잡아 없애버렸다. 그러느라고 큰 바람이 석달 열흘 동안 일었다.
이때 바닷가에는 용궁에 간 해녀가 하나의 산호수로 굳어져 떠밀려 올라왔다. 그 산호수를 보자마자 그의 요술주머니 속의 병정들은 모두 죽어 버리고 마마신을 훨훨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바위신령은 좋은 기회를 놓칠세라 뒤쫓아가 단숨에 마마신을 잡아 죽였다. 마마신이 숨지던 날 하늘은 먹구름으로 굳히고, 삽시간에 억수 같은 큰 비가 쏟아졌다. 사람들이 일제히 함성을 올렸다. 그리고는 바위 신령들을 빗물에 씻어 내었다. 그러나 바위마다 뻐금뻐금 뚫인 상처들만은 씻어 버릴 수가 없었다.
땅위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모든 사람은 상군 해녀의 용기있는 희생에 감사하며 일터에 나갔다. 그리고 어린 해년들은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바닷가에서 첨벙 첨벙 잠수하여 산호수놀이를 하였다. 그리하여 이들은 평생 마마병의 괴로움을 받지 않게 되었다. 사람은 그후부터 크게 음식을 차려 용왕께 제사를 지냈는데, 용왕제는 이때부터 지내게 되었다 한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이 이야기와 더불어, 오늘날 제주도의 수많은 해녀들이 산호수를 지님으로써 잡신을 예방 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산호수를 얻기 어려운 해녀들은 그 대용으로 향기짙은 녹나무로 낫자루를 만들어 쓰는 풍습이 있다. 이 역시 잡신의 침입을 막으려는 데서 연유한 것인데, 만일 잠수 도중 손치(악귀)의 찔림을 당했을 때는 그 낫자루의 녹나무를 깎아 불태우고 그 연기를 쪼이면 낫는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제주도 전설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교훈을 얻게 된다. 예전의 한국인들이 마마병을 매우 두려워하였으며, 마마를 포함한 여러 가지 질병이 잡신의 조화라고 믿었던 사실을 발견한다. 이러한 관념이 지금까지 어느 정도 남아서 「병이 나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그러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했던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데 이보다도 한 사람의 헌신적인 희생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이 전설이 설명해 주고 있다. 지친 나머지 산호수로 변한 해녀의 헌신적인 희생이 제주도 사람들을 구해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설을 그 해녀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형식이지만 실은 그와 같은 해녀를 길이 예찬하는 동시에 독려하는 내용이다.
즉 그 해녀의 헌신적인 희생이 없었더라면 어찌 되었을 것인가. 그리고 그 해녀가 포기하지 않고 끝내 용왕을 찾아가는 불굴의 의지는 모든 사람이 본받을 만하다. 예부터 얻으려하면 얻고, 지성을 다하면 하늘도 감동한다고 믿어 왔다. 이 말은 불굴의 의지로써 목적을 달성한다는 의미인 바 상군 해녀의 행동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우리는 또 이 전설에서 두가지 유래를 발견한다. 그 해녀의 희생이 있은 이후에 용왕제를 지내고 산호수를 호신용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특히 산호수는 해녀의 호신용일 뿐아니라 노리개·첨·뒤꽂이 등 조선시대 여인들의 장신구 재료로 애용되었는데, 많은 여인들이 병마 예방의 방패로 삼았다. 다시 말하면 조선시대의 한국인들이 산호를 이용한 장신구를 왜 사용하였는지 까닭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신화·전설은 흥미와 교훈, 관습의 유래를 간직하고 있으며 사상의 바탕까지 밝혀주는 값진 유산이다.(조천읍지)

'기타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미김씨  (0) 2006.04.06
삼신이야기  (0) 2006.04.06
당금애기-아기의 신, 삼신 할머니  (0) 2006.04.06
자청비와 문도령  (0) 2006.04.06
한락궁이-서천꽃밭의 꽃대왕  (0) 200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