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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문화예술이 꽃피는공간

소극장, 문화예술이 꽃 피는 공간

무대 위 거친 숨소리…쾌쾌한 땀냄새…문화예술, 객석과 하나되다

작성 : 2008-11-17 오후 6:09:48 / 수정 : 2008-11-18 오후 4:18:43

도휘정(hjcastle@jjan.kr) / 이화정(hereandnow81@jjan.kr) / 최기우(desk@jjan.kr) / 문신(desk@jjan.kr)

소극장 아르케 내부 모습

소극장은 냉정하다.

무대와 객석은 단 몇 발자국 거리. 아무 것도 숨길 수가 없다.

관객들은 공연자의 단 한 번 실수에도 차갑게 돌아서지만, 무대 위 거친 숨소리와 퀴퀴한 땀냄새에서 가슴 뛰는 흥분을 맛보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소극장 공연의 진실성.

손 내밀면 닿을 듯한 이 좁은 공간에 무한한 예술의 세계가 담기는 것이다.

▲ 소극장, 저항의지를 담은 대안 공간

공연예술은 비로소 소극장에서 꽃을 피운다.

보통 소극장은 객석 규모가 300석 미만인 소규모 극장을 의미하는데, 개념상으로는 '상업연극'과 대응된다. 소극장이 관습과 전통으로 굳어져 버린 기성문화에 대한 도전과 실험정신으로 생겨났기 때문. 현대에 와서는 작은 극장에서 하는 작은 규모의 공연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극장 공연을 단순히 공연의 크고 작음만을 기준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소극장은 기존의 것에 대한 반발의식과 새로운 것에 대한 연극인들과 관객들의 요구에 의해 탄생됐다. 극장의 크기가 크고 객석 수가 많으면 관객을 대량으로 동원할 수 있는 오락이나 흥미 위주의 상업성 짙은 작품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관객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고급스러워지면서 흥행의 내용이나 방식에 있어 혁신이 필요했고, 그 결과 작은 공간에서 적은 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극장 공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기록상 1920년대 소극장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지만, 1931년 극예술연구회가 소극장운동을 벌이면서 소극장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했다. 60년대 본격적인 소극장운동이 일어났으며, 80년대 이후에는 소극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서울의 삼일로창고극장, 실험소극장, 민예소극장, 까페 테아트르 추 등에서는 실험적 형식을 지닌 공연들이 많이 올라갔다.

소극장이 연극이란 장르에서 비롯된 만큼 연극에 있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 전북은 시기적으로 중앙에 비해 약간 늦지만 비슷한 양상의 소극장 역사를 가지고 있다. 60년대부터 문화공간이 등장하기 시작해, 연극 전용 소극장인 '전북문예소극장'이 문을 연 80년대부터 8개의 소극장이 운영되고 있는 현재까지 소극장이 지역 공연예술 분야의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연극에서 시작된 소극장운동은 이후 무용이나 오페라 등 다른 무대공연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전북에서도 연극이 아닌, 다른 장르를 위한 소극장이 생겨나기도 했다.

▲ 소극장도 무한경쟁시대

가난했던 시절, 소극장은 문화예술인들의 버팀목이 돼주었다. 언제라도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무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했기 때문이다. '죽어도 지원은 받지 않겠다'는 생각에 '거마비(교통비)'만을 받고 움직이던 예술인들에게 소극장은 무대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연습공간이었고 때로는 그들만의 아지트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문화예술이 각광받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서면서 부터는 객석이 500석 이상인 중극장이나 2000석을 훌쩍 넘는 대극장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소극장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술인들이 스스로 호주머니를 털어 소극장을 마련했던 과거와 달리 관이나 기업 등의 지원이 생겨나면서 소극장이 증가했고 일부 예술인들은 소극장 보다는 대극장 무대을 꿈꾸기도 한다.

이처럼 소극장이 양적으로 팽창하게 되면서 소극장도 무한경쟁 체제로 돌입하게 됐다. 소극장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서울은 최근 들어 '예술성 확립과 새로운 연극창조를 위한 실험' '기성연극 또는 상업주의 연극에 대한 도전' 등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소극장을 채우는 공연들이 '성인용'이거나 '개그콘서트용'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 물론, '성인용'이나 '개그콘서트용'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며, 이 또한 소극장을 부흥시키는 또다른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서울 대학로 소극장들의 초기 정신이나 순수예술로서 연극의 가치를 떠올린다면 분명 씁쓸한 대목이다.

현재 8곳이 운영 중인 전북 역시 인구나 경제력 등 객관적인 수치만을 놓고 생각한다면 소극장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대학로와 같은 현상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전북 역시 소극장의 양적 성장만큼이나 질적 성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 소극장, 도시의 문화예술을 일구다

중극장이나 대극장에서 열리는 화려한 공연도 중요하지만, 소극장이 몇 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얼마나 쉬지않고 가동되느냐는 그 지역의 문화예술이 얼마나 다양하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또한 지역 문화예술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때문에 문화판에서 일정한 시점을 두고 소극장운동이 반복돼 벌어지는 것은 주목해야 할 문화현상이다.

소극장은 그동안 도시의 문화예술을 일궈왔다. '도시의 문화, 소극장'은 중앙이 아닌, 지역에 위치한 소극장의 역사와 현재 활동을 점검해 소극장이 지역의 문화예술을 건강하게 창출해 나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찾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전북의 소극장 문화를 주도해 온 전북 연극의 역사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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