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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연극결산-2008

연극

'한국연극 100년' 준비 부족 아쉬움…다양한 실험 시도는 가능성 보여줘

작성 : 2008-12-24 오후 7:17:58 / 수정 : 2008-12-24 오후 8:07:39

전북일보(desk@jjan.kr)

2008 전북 연극을 결산하는 집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 연극 100년'을 맞은 올해, 전북 연극은 오랜 역사적 정통성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기념사업을 펼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 보면 각각의 극단들과 극장들의 움직임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다양한 실험도 이어졌다.

몇 년 전 부터 연극인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빠지지 않고 거론됐던 국제연극제의 개최 필요성은 올해 역시 기금 조성에 대한 부담감으로 논의로만 머물렀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문화공간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지원 자격이나 조건 등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전북 연극의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집담회에는 전주시립극단 상임연출 조민철 전북연극협회 부회장과 안상철 아트홀 오페라 관장, 백민기 문화영토 판 대표, 박영준 전주시립극단 기획자가 참여했다.

왼쪽부터 조민철(전북연극협회 부회장) 안상철(아트홀 오페라 관장) 백민기(문화영토 판 대표)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자)

▲ 올 한 해 연극계는 어땠나.

-조민철= '정극의 시대는 갔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 결실이 정확하고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유난히 연극과 다른 장르와의 결합이 많이 시도됐다. 단원 숫자나 경제적인 이유 등 현실적인 문제때문에라도 정통극을 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더불어 연극을 판단하는 잣대도 과거에는 하나였다면, 이제는 여러가지로 시각이 다양화되고 있는 것 같다.

-안상철= 과거에 비해 극단이나 공간의 숫자가 많아졌으며, 질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보였다. 이제는 각 극단이나 공간마다 차별화를 시도, 고정관객층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백민기= 올해 판은 심야공연을 시도해 봤다. 여름에 밤 11시 공연을 진행했는데, 반응도 좋았다. 또 판이나 전주시립극단의 1000원짜리 공연도 차후 유료관객 개발 측면에서 의미 있었다.

-박영준= 올해는 유독 모노드라마가 많았다. 김준의 '빨간피터', 이혜지의 '여자, 서른'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처럼 1인극, 2인극, 소극장 공연들이 활성화 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특히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극장에서 열리는 1회성 공연 보다는 소극장을 통한 재공연이나 앵콜 공연이 유용하다. 지원정책 역시 대극장 위주 보다는 소극장 공연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 전북은 연극적 토양은 잘 갖춰져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전북 연극이 '전국연극제'에 나가 2년째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체 또는 쇠퇴를 의미하는 것인가.

-백민기= 연극에도 유행이 있고, 시대 흐름이 있는 것이다. 전국대회라면 그런 것들을 전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퀄러티를 높이려는 노력은 실력과 상관없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안상철= 과거 전북 연극이 우위에 있긴 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그 자리를 지키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 연극판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준= 연극은 관객과 소통이 돼야 한다. 연극제 평가의 기준에 맞춘 연극보다는 모두가 공감하는 연극이 사랑받을 것이다.

▲ '한국 연극 100주년'을 맞아 우리 지역에서도 '전국소극장네트워크페스티벌'이 열렸다. 하지만, 홍보가 미흡했던 것 같다.

-조민철= '전국소극장네트워크페스티벌'은 체계적으로 준비했다기 보다는 구색 갖추기 정도의 형식적인 행사로 보였다. 지역 교류 사업으로 의미는 있지만 한 단체가 전국을 돌며 공연하기에는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안상철= 전주에서는 극단 데미샘이 상주해 있는 아트홀 오페라가 참여했다. 그러나 데미샘이 전주를 제외한 5개 지역을 순회하는 동안 극장에서는 다른 극단의 작품을 올려야 했다. 단원들이 순회공연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에 오히려 소극장에서는 아르바이트를 썼다. 또한 극장에서는 1주일에 2편씩 다른 지역 작품을 올리다 보니 특정 작품을 이슈화시키기도 어려웠다. 인력이 적은 민간단체로서는 물리적으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 도내에는 연극 관련 학과가 꽤 많은 편이다. 하지만 갈수록 지역에서 연극이란 이름을 달고 학과를 운영하기가 쉽지않다고 한다.

-조민철= 극단에서 신입단원을 모집하면 연봉부터 물어올 정도다. 올해 전주시립극단이 배우 1명, 기획 1명을 새로 선발했다. 꾸준히 충원이나 증원을 요구하긴 했지만, 불황에도 재정적 부담을 안고 신입단원을 선발한 것은 긍정적인 것 같다.

-안상철= 지역에 사람이 없다. 연극을 하려는 사람은 더 없다. 어떻게 보면 기획은 연출 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연극판에도 전문적으로 기획을 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 연극과 관련, 지역에서 평론집과 희곡집이 출판된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영준= 희곡의 중요성을 많이 느낀다. 희곡 자체의 완성도가 연극의 50%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작가 발굴도 필요하다. 작가 역시 배우나 연출과 많은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수정·보완해 갔으면 좋겠다.

-조민철= 연극판에도 전문적인 시각을 가진 밀착형 평론가가 필요하다. 때로는 두렵지만 약이 될 수 있는 제대로된 평만 나온다면 연극판에도 자극이 될 것이다.

-백민기= 지역 연극이 잘 되기 위해서는 지역 극장이나 언론의 관심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외부 단체를 데려오는 데 집중하지 지역 단체 발굴이나 배려는 소극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