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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레 아트센터/관련 기사

백조의 노래-제주일보

老배우에게 인생 존재와 운명을 묻다!
세이레극단, 안톤 체홉의 '백조의 노래' 14일부터 한달간 공연
2009년 02월 12일 (목)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

45년 경력의 노배우가 술에 취해 잠들었다 깬다. 분장실. 춥고 어두운 무대가 무척 낯설다. 누군가를 불러도 공허한 메아리만 들려오는데, 삶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배우는 기억속의 대사들을 게워낸다. 광분하고 비아냥대고 냅다 소리친다. 삶에 뭐가 남았나, 곰곰 돌아본다.

안톤 체홉의 단막극 ‘백조의 노래(깔하스)’가 무대에 오른다.

소극장 문화운동을 전개 중인 세이레극단이 14일~3월 15일 한 달간 세이레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세계명작산책 첫 번째 ‘러시아’편으로 연극의 재발견이란 지향점을 두고 있다. 14~21일엔 프리뷰공연이 진행된다.

현대인의 삶을 관통하는 체홉의 작품을 단막이란 틀에서 새롭게 접근하겠다는 기획의도다. 단막극은 연극본질을 극명하게 표출하고 희곡구성에서도 갈등이 고도로 응축되는 연극의 출발이자 기본형식.

특히 단막극의 정수이자 응축농도가 가장 높은 체홉의 작품을 공연, 소극장 문화운동 취지대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연극무대를 펼치겠다는 것이, 극단의 복안이다.

작품은 평생 울지 않다 죽을 때 딱 한번 운다는 백조 같은 노배우의 가슴 저린 일생을 두런두런 무대에 풀어놓는다.

희극적 요소들도 여럿 깔리는데 외려 비극을 배가하는 무게를 지녀 작품을 엄숙하고 풍요롭게 가다듬는다. 사실주의를 실현한 작가라는 체홉의 진면목이 그대로 읽히는 대목.

하여 관객들에겐 정말 하나의 인생을 들여다봤다고 충분히 느끼게 한다.

   

결국 작품은 연극인이야기고 삶의 노래다. 꿈과 좌절을 보듬고 종내 존재와 운명을 묻는다. 그때 관객은 스스로 인생을 반추할 수밖에 없다. 그늘에 선 이들에겐 희망 불씨를 안긴다.

한편 ‘백조의 노래’는 1886년 쓰인 단편 ‘깔하스’를 각색한 것으로 1988년 한 잡지에 출판됐다.

체홉은 한 지인에게 편지를 썼다. ‘난 4분의 1길이의 희곡을 썼습니다. 1시간 5분이 걸렸습니다. 작품공연엔 15~20여분 소요될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지요.(…)’

연출 김태남. 출연 강상훈 이화. 공연시간 매일 오후 8시. 문의 (744)8911.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