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를 넘어 사랑받는 <빨강 머리 앤> 이야기
빨강머리앤(제주문예회관 소극장) 오전11시
빨강머리앤(서귀김정문화회관)오전11시
빨강머리 앤(조이캐슬
소극장)오전11,오후3시
빨강머리앤(조천읍도서관)오전11시
빨강머리앤(하귀
문화의집)오전11시
상냥하고 귀여운 빨간머리 앤~ 외롭고 슬프지만 굳세게 자라~
이 노래, 기억 하세요? 80년대 소녀 시절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슴 한 구석 예쁜 추억으로 남아 있는 만화 <빨간머리 앤>의 주제가입니다. 물론 만화를 좋아하는 남학생들도 포함되지요.
만화나 동화 속 예쁘고 여리기만 했던 소녀 주인공들과는 달리 우리의 앤 셜리는 주근깨 투성이에 너무나 솔직해 심지어는 버릇없는 아이로 불리었어요. 하지만 그게 앤의 매력인걸요! 앤은 못생기고 예민한 성격에 빼빼 마른 몸이지만 누구도 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공상 전문가에 솔직하고 진실한 마음씨로 앤을 아는 사람은 모두다 그녀를 사랑하게 만든답니다.
할머니로부터 어린이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앤은 발표된 지 1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이 사랑받고 있으며 그 인기가 사그라질 줄 모르고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앤은 만화나 다수의 영화 등으로도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왔죠. 내숭이라곤 조금도 없는 실수투성이에다 수다스럽지만 정 많은 앤, 앤의 비밀스런 이야기와 진실에 한발 더 다가서 봅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앤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는 캐나다의 자랑 루시 모드 몽고메리(1874~1942)입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그녀가 우리의 앤과 꼭 닮은 꼴이라는 겁니다. 그녀는 <빨간 머리 앤>의 배경이 되는 프린스 에드우드 섬에서 태어났으며, 두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마을에서 우체국장을 하고 있는 외조부모 밑에서 자랐습니다. 고아였던 앤이 커스버트 남매의 손에 자란 것과 비슷하지요? '글을 쓰고 싶어 좀이 쑤시는' 기질을 타고난 몽고메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상상력을 발휘한 문학 수련으로 15살 때에는 <캐나디언>지에 처녀시를 실을 정도였습니다. 동화 속 앤도 작문 실력이 뛰어나고 누구도 흉내내지 못 할 상상력을 가진 소녀였지요.
또 몽고메리는 열 살 무렵부터 평소에 생각날 때마다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1904년 어느 봄날, 우연히 옛날 메모첩을 발견했는데, 다음과 같이 글이 씌어 있었어요. '어떤 농부가 양자를 삼기 위해 사내 아이를 고아원에 부탁했더니, 일이 잘못되어 여자 아이가 오게 되었다.' 이 메모는 몽고메리가 자기 이웃에 사는 독신인 남매 집에 어린 조카딸이 와서 사는 것을 보고 쓴 것입니다. 몽고메리는 그 아이를 처음 보았을 때 문득 '저 애는 고아가 아닐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정말 앤과 똑같네요. 몽고메리는 이 메모를 토대로 전세계가 사랑하는 <빨간 머리 앤>을 완성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에 이 원고를 받아 주는 출판사는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포기하고 원고를 처박아 둔지 2년 후에 다시 읽어 보았는데 자신이 보기에도 묵혀 두기가 아까워 다시 투고해 마침내 <빨간 머리 앤>이 빛을 보게 됩니다. 하마터면 귀여운 앤을 못 만날 뻔했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죠?
이뿐 아니라 몽고메리와 앤은 닮은 구석이 너무 많습니다. 두 소녀 모두 주근깨에 말랐고,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 클럽을
만들었었죠. 앤이 절친한 친구 다이애나 배리와 우정을 맹세했듯이 몽고메리 역시 아만다 맥네일이라는 친구와 변함없는 우정을 맹세합니다. 앤에게는
숙명의 라이벌 길버트 블라이드가 있듯이 몽고메리도 학교에서 록하트라는 남자 아이와 경쟁합니다. 여러분 기억하세요? 앤이 새로온 목사 부부에게
대접할 케익을 만들다가 바닐라 향신료 대신 진통제를 넣은 사건. 이 사건도 몽고메리가 목사님께 바닐라 향신을 넣은 케익을 대접한 경험이 바탕이
되었어요. 그리고 점점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하는 앤과 몽고메리. 둘 다 전문학교에 입학하여 훗날 선생님이 됩니다.
모든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창작해 내듯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에게도 이런 아름다운 어린시절과 무한한 상상력이 있었기에 우리에게 앤을 선물해
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어린이가 있다면 지금 많은 도전과 모험을 떠나 보세요. 더 많은 친구도 사귀어 보구요. 그런 경험과
추억들이 훗날 어른이 된 여러분에게 질좋은 거름이 되어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추억들이 자기 혼자서만 되는 일은 아니겠지요? 앤의 주변에도 따뜻하고 유쾌한 사람들이 있었답니다.
먼저 앤 셜리를 소개합니다. 초록 지붕 집에 입양된 고아 소녀. 주근깨투성이, 말라꺵이, 빨간 머리에 특기는 공상 및 상상, 수다. 마릴라가 다른 애들은 가끔씨 입을 다물지만 앤은 절대 입을 다물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예요. 케이크 만들 때 진통제를 넣고, 공상에 빠져 걸어가다가 다리에서 떨어질 뻔하고, 머리 염색을 잘 못해 얼룩덜룩한 초록색 머리가 되는 등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릅니다. 게다가 앤은 자신을 앤(ann)이 아니라 'e'가 붙은 앤(anne)으로 불러주길 바라는 귀여운 소녀에요. 그녀는 상대방이 자신을 앤(ann)으로 부르는지, 앤(anne)으로 부르는지까지 구별할 수 있답니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런 앤. 빨간 머리에 대한 말만 들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불끈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이 흠이지만요. 앤을 더욱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포인트! 바로 자라날수록 지적이고 아름다워지는 앤을 따라가 보는 것입니다. 책의 중반을 넘어서서 아름다운 앤을 만나게 된다면 독자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그런 앤을 입양하고 엄격하게 교육시키는 마릴라 커스버트. 매슈 커스버트와 여동생이며 초록 지붕 집에 살고 있습니다. 여자 아이를 키울 생각은 꿈에도 해 본 적 없는 그녀는 결국 앤을 입양하고 말지요. 고지식하고, 늘 앤에게 도덕적인 말을 덧붙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릴라는 좋은 말만 하는 매슈 오라버니 떄문에 늘 악역을 도맡아 하지만, 앤에 대한 사랑만큼은 매슈 못지않습니다. 차가웠던 그녀의 마음은 풍부한 감성을 가진 앤을 통해 조금씩 녹아 내리고 결국 마릴라의 마음은 앤에 대한 모성애로 가득차게 됩니다.
앤의 영원한 팬, 매슈 커스버트씨를 만나 볼까요. 우리는 그를 상상할 때 어리숙하지만 따뜻하고 인자한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는 마릴라와 린드 부인을 빼고는 여자라면 죄다 무서워합니다. 내성적인 성격때문에 브라이트 강역에서 바로 앤을 돌려보내지 못하고 마릴라에게 이 엄청난 일을 미루게 되지요. 앤이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찬성하는 앤의 확실한 후원자입니다.
또다른 앤의 후원자이자 둘도없는 막역한 친구 다이애나 배리. 앤과 다이애나는 서로의 가슴 속 이야기를 모두 털어 놓습니다. 장미빛 뺨의 이 어여쁜 소녀는 까만 눈동자, 까만 머리카락까지 가지고 있어 앤이 너무나 부러워하지요. 다이애나가 앤에게 처음으로 초대받은 날, 두 소녀는 우아한 격식을 차리다 그만 다이애나에게 포도주를 잔뜩 먹이게 됩니다. 이 포도주 사건으로 앤과 다이애나는 영영 헤어질 위기에 처합니다.
자, 그럼 이제 누가 남았죠? 맞아요! 길버트 블라이드. 앤의 숙명적 라이벌이자 앤을 제외한 모든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잘생긴 길버트. 앤을 처음 만난 날 앤의 빨간 머리를 보고 '홍당무'라고 놀리기도 했죠. 그러다 그만 석판으로 머리를 맞아 석판이 산산 조작이 나구요. 너무나 유명한 장면이죠. 그 뒤로 길버트는 앤에게 사과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지만, 일이 쉽지가 않네요. 독자들이 길버트를 오래오래 기억하는 이유 또 하나는 앤이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하면서 둘은 화해를 하고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러브 스토리는 빨간 머리 앤에서 에이번리의 앤, 레드먼드의 앤을 거쳐 아름답게 전해집니다.
이건 비밀인데요, 길버트와 앤은 결국 결혼을 하게 된데다는군요!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레이첼 린드 부인 말이에요. 초록 지붕 집의 이웃으로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에이번리 마을의 모든 일을 알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푼수 아줌마. 앤을 탐색하러 초록 지붕 집에 갔다가 앤에게 머리가 당근같이 빨갛다고 말을 하는 실수를 저지르지요. 그리고 앤의 반응은? 다들 짐작이 가죠? 하지만 그녀도 결국에는 앤을 착하고 마음 따뜻한 아이라고 칭찬해 주며 앤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 하나가 됩니다.
그 밖에도 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앤이 존경하고 닮고 싶었던 스테이시 선생님, 신혼의 젊은 앨런 목사 부부, 앤의 열혈 팬이셨던 조세핀 할머니, 다이애나의 어머니 베리 부인, 그리고 앤의 친구들까지.
이처럼 <빨간 머리 앤>은 앤과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풍부하고 박진감 넘치는 사건들을 끊임없이 쏟아냅니다.
뿐만 아니라 앤에게는 끝없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에이번리 마을이 있습니다. 앤이 매슈 커스버트를 따라 기차역에서 에이번리 마을로 다시 초록 지붕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앤에게는 모든 풍경이 마음에 들고 황홀합니다. 초록 지붕 집은 바로 앤이 꿈꾸던 집이며,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앤에게는 딱 들어맞는 곳이니까요.
앤은 연인의 오솔길, 드루아스 샘, 눈의 여왕, 빅토리아 섬 등 에이번리 섬의 아름다운 풍경들에 딱 들어 맞는 아름다운 이름들을 지어줍니다. 이 곳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낭만적인 일이 무궁무진 일어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마을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그냥 평범한 길, 평범한 샘, 평범한 나무일 뿐입니다.
하지만 에이번리에 온지 한달도 안되어 이런 이름을 짓는 앤! 정말 낭만파답죠?
<빨간 머리 앤>은 그저 단순한 소녀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녀 시절의 이야기 <빨간 머리 앤>을 지나 에이번리 학교의 호기심 많고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이 된 앤의 이야기 <에이번리의 앤>, 그리고 레드먼드의 대학 생활, 길버트와의 사랑과 결혼, 아이의 엄마가 된 앤의 더욱 성숙한 이야기 <레드먼드의 앤> 까지 한 여성의 열정과 노력의 삶을 섬세하고 진실되게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가식과 꾸밈이 없는 언제나 진실되고 씩씩한 소녀 앤 셜리는 일생을 혼란과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쩌면 간단하면서 진정한 인생의 해답을 던져줄지도 모릅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만 권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성인이 되고 어머니가 되어서도 진지하게 꼼꼼하게 읽어볼 수 있는 고전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앤을 통해 과거나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항상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열정과 인내로 아름다운 자신의 삶을 그려나가는 한 여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빨간 머리 앤>의 마지막 구절을 떠올려 봅니다.
'하느님은 천국에 계시고, 세상은 공평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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