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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레 아트센터/관련 기사

소극장,연극을 살릴까?-한라일보 기사

2007제주문화계 이슈&화제](4)소극장, 연극을 살릴까
제주섬 공연예술을 낳는 창작실로


입력날짜 : 2007. 12.24. 00:00:00

▲올 한해 제주 지역엔 소극장이 잇달아 건립돼 공연예술 활성화에 기대를 걸게 만들었다. 사진은 테러제이가 간드락소극장에서 펼친 창작극페스티벌에서 공연된 '섬 이야기'. /사진=테러제이 제공
올 한해 미예랑 소극장·세이레아트센터 개관
운영 4년째 간드락 소극장은 창작극 페스티벌


자유무대, 다솜, 예인아트홀, 한얼, 하늘, 세이레…. 제주섬에서 소리없이 스러진 소극장의 이름들이다. 문을 닫아걸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긴 수명을 잇지 못한 채 어둠아래 잠긴 소극장들이 많았다.

긴 침묵을 깬 것은 테러제이의 간드락 소극장이었다. 2004년 9월 문을 열어 해를 넘길수록 관객수를 늘려가고 있다. 그리고 올해 두 곳의 소극장이 개관됐다. 유래가 없는 일이다. 소극장, 꺼져있는 듯 했던 제주 연극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

간드락 소극장도 초반엔 고전했다. 개관이래 꾸준히 만들어온 창작극이 하나둘 쌓이는 게 힘이 됐다. 지난 7월부터 연말까지 '할머니의 낡은 창고', '섬 이야기', '어이그 저 귓것' 등으로 창작극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올 한해 간드락 소극장 가동일은 외부공연까지 합쳐 2백일이 넘는다. 객석수가 70석쯤 되는데, 1월 이래 지금까지 소극장을 찾은 관람객은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간드락 소극장의 '선전'이 자극이 되었을까. 도내 극단 관계자들이 연거푸 소극장 문을 연다. 9월에 미예랑 소극장이 개관했고, 12월에 세이레아트센터가 생겨났다.

제주시 중앙로에 들어선 미예랑 소극장은 극단 이어도 대표를 맡고 있는 연출가 김광흡씨가 이끌고 있다. '생활예술공간'을 표방한 이곳은 단기간에 소극장 운영의 성과를 내기보다는 상설공연을 차곡차곡 제작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일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다. 개관 이래 무용·연극 공연 대관을 두차례 벌였고 이달 29~30일에는 제주도연극협회 소극장연극축제의 하나로 이어도의 '아름다운 사인' 공연이 펼쳐진다. 70석 규모다.

세이레아트센터는 강상훈씨가 이끄는 극단 세이레가 그간의 '실패'경험을 딛고 세번째 도전장을 내민 소극장이다. 12월 개관과 함께 한달간 제1회 제주 전국 소극장한마당을 기획했다. 극단 세이레의 '배비장전'을 시작으로 6개팀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29~30일 전북 익산의 극단 '작은 소동'이 공연을 남겨뒀다. 80석 규모로 제주시 연동에 위치했다.

전국적으로 연극이 침체기인데다 소극장 운영도 시들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제주에 잇달아 소극장이 생겨난 점은 이례적이다. 공연 활성화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소극장이 오래도록 유지되기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간드락 소극장의 오경헌씨는 "해를 넘기면서 소극장 운영에 가능성이 보일까 기대했는데 정말 어렵다. 올해는 그나마 지원금이 있어서 극장을 가동했는데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소극장은 공연예술의 창작실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모처럼 운영중인 소극장들이 관객과 즐겁게 만나기 위해선 제도적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관련 기관의 소극장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지만 일정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제주도에서 이를 보듬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한 방법이다. 무대공연 제작지원 사업의 일부를 소극장용 공연에 할당하거나 가산점을 줄 수도 있다. 소극장에서 제주 연극의 새 바람이 시작되길 기대해본다.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