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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자료

넷끼 송씨댓 며느리


'냇끼'는 하천리의 옛 리명(里名)인데 제주도에서 길이가 가장 긴 냇가에 자리잡은 마을이라는 뜻에서 그런 리명이 나오게 된 것이라 한다.
옛날 이 마을 송씨 집안에 성읍리에서 시집온 며느리가 하나 있었다. 그 며느리의 힘은 대단하여 이 마을의 장사들도 모두 깜짝 놀라 버린 적이 있었다.
이 마을 청년들은 상듸동산에 모여서 '들음돌'을 들으며 서로 힘자랑을 하곤 했다. 들음돌이란 둥그렇고 큰 바위돌로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길거리에 놓아 두어서 청년들이 힘 내기로 힘을 겨루는 돌이다.
어느 날 송씨댁 며느리가 물을 길어 나르기 위해서는 어차피 청년들이 모여 서서 들음돌들기 시합을 하고 있는 상듸동산 앞을 지날 수 밖에 없었다. 좀 딱한 기분이 없지 않았으나 어쩔도리없이 빈 허벅(물을 길어 등에 지어나르는 항아리)을 등에 지고 그 앞을 지나고 있었다.
한 청년이 그 광경을 보고서는 기분이 썩 언잖았던지,
"아침부터 재수없이 빈 허벅을 지고 우리 앞을 어지럽히는 건 누구야?"
그말을 들은 송씨댁 며느리는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던지 빈 허벅을 진채 들음돌 위에 다 턱 걸터앉고 말았다. 모여선 청년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서로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보고만 있었는데, 그중 한 청년이 불쑥 나서며,
"이거 아침부터 재수없이....., 그 돌이 어떤 돌인데 계집년이 걸터앉아?"
"여잔 이만한 돌덩어리 위에 앉아보지도 못하나?"
"아니, 그게 보통 돌덩어리야?"
"그렇다면 뭐예요?"
"한번 들어나 봐."
"그래요."
송씨댁 며느리는 빈 허벅을 진채 들음돌에서 벌썩 일어서더니, 그 돌을 들고서는 상듸동산 밑으로 휙 던져 버렸다. 청년들은 서로 입만 딱 벌린채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었는데, 송씨댁 며느리는 '사내라는 것들이...' 중얼거리며 우물로 내려가 버렸다.
한참 후에 청년들은 동산 밑으로 내팽개쳐진 들음돌을 제자리로 옮겨 놓으려고 했으나, 부피가 한정된 것이어서 네 사람이서는 도저히 옮겨 놓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송씨댁 며느리에게 부탁할 도리밖에 없어서 청년 몇 사람이 공손히 찾아갔다.
"아주머니, 이것을 어떻게....?"
"그러세요."
그 후로는 송씨댁 며느리가 빈 허벅을 등에 지고 아침 일찍 그 앞을 지나도 빈정거리는 청년이 한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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