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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자료

조록이당

아주 오랜 옛날, 이 마을에 겨우 몇 가구가 모여 처음 부락을 이루고 살아갈 때이다. 이들은 거의가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하였다.
이들 중에 일곱 형제를 가진 집안이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고기잡이에 종사하였다. 어느날 그 일곱형제가 모두 함께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갔다.
같이 배를 타고 멀리까지 나아가 고기를 잡다가 안개가 끼고 바다가 어지러워서 우선 가까운 섬에 대피하게 되었다. 대피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렇게 멀리 표류하여 갔던 것이다.
그 섬은 제주도 멀리 떨어진 외눈백이 섬이라는 데였다. 이 섬은 그들 일곱 형제에게는 생소한 섬이었다. 여러 해 동안 바다에서 생활하였고 이따금 이렇게 바람과 풍랑에 휩쓸려 표류되기도 여러 번이었으나, 이 섬은 생전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섬에 이른 그들은 우선 인가를 찾아 나섰다. 사람이 사는 섬 같기도 하고, 무인도 같기도 하였다. 그러나 얼마를 가다가 그들은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는 안심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 인가를 찾아 헤메였다.
그러다, 날이 거의 저물 쯤 하여 겨우 자그마한 초가집을 발견하였다. 섬의 한편 구석에서 그들은 자그마한 불빛을 발견하였던 것이다. 그 불빛을 따라 갔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까이 이르고 보니 초가는 정말 자그마한 집이었다. 주위가 조용하니, 단지 불빛만 흘러나올 뿐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주위는 우거진 나무숲으로 싸여 있어 조용하니 필시 무슨 귀신이 사는 집 같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저러한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 중 형이 주인을 찾았다.
“계십니까? 풍랑을 만났으니 하룻밤만 묵어가게 해 주십시오.”
몇 번이나 부른 다음에 나타난 노파에게 형편을 말하고 도움을 청하였다. 일곱 형제의 모습을 본 노파는
“집은 누추하지만 들어와서 유하시오.”
그들을 청하였다.
들어가보니 밖에서 보던것과는 다른 깔끔하게 정돈되 있고 방도 꽤 넓었다.
방에 들어간 그들은 갑자기 오는 잠에 눈을 붙였다. 그런데 맨 막내는 잠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의식이 더욱 또렷하니 맑아졌다.
얼마 후에 저녁이 들어왔다.
“이곳 음식이 입에 맞을는지 모르지만 요기나 하시오.”
그 노파가 손수 저녁상을 차리고 돌아와 눈을 비비고 앉은 젊은이들에게 상을 내놓았다.
그러자 형제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어 저녁을 먹기 시작하였다. 반찬이 없어도 그들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막내만은 아무래도 그 국 맛이 마음에 꺼렸다. 고깃국 같기도 한데 그 맛이 이상하였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그런 국이었다. 그래도 여러 형들은 잘 먹었다. 그러나 막내는 먹는 시늉은 조금만 하다가 그만 물리쳐 버렸다.
식사가 끝난 이들은 그만 잠이 들어 버렸다. 막내만 벽에 몸을 의지하여 자는 척 하였으나, 속으로는 이상한 이 집의 분위기에 여러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난 후 였다. 밖이 웅성웅성하더니, 누가 온 것 같았다.
“아이고, 영감. 이제야 오십니까?”
“오늘은 제수가 없는 날이요. 사냥도 못하고”
“아니, 한 마리도 못 하였우과. 난 집에 앉아도 일곱 마리나 하였는데…”
“일곱 마리? 아니 그들이 어디 있어?”
“저 안방에 가둬 두었습니다.”
막내는 어렴풋이 잠이 들려 하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부부의 목소리가 선명해서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
막내는 일어나서 문을 살그머니 열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문이 잠겨 있어 열 수가 없었다. 힘을 써서 열어보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이거 영낙 없이 갇혔구나, 저들은 사람이 아니다. 사냥을 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사람을 잡지 못하였다는 것이 아닌가.”
여기까지 생각한 막내는 형들을 깨워서 자초지정을 이야기 하였다.
모두들 놀랐으나 서로들 바라만 볼뿐 별 도리가 없었다. 막내는 자기가 갖고 있던 여러 도구를 꺼내었다. 형들도 같이 도구를 꺼내었다.
고기를 잡으려던 그들이었기에 망치가 있었다. 그들은 그것으로 벽을 부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를 하는 중에 기어 나갈 만한 구멍을 뚫을 수 있었다. 그들은 무작정 달려 나올 뿐이었다.
얼마를 가는데 백발 노인이 길가에 앉아 있었다.
“노인어른 말씀 좀 묻겠습니다.”
막내가 공손하게 말하였다. 노인은 말 없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고기잡이 왔다가 풍랑을 만나 길을 헤메고 있습니다. 혹시 이 섬에서 배를 댈 만한 데가 어딥니까?”
사실 그들은 배를 내렸던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때 였다. 저 멀리서 어떤 자가 말을 달려 이곳으로 오는 게 보였다. 그들은 그들을 가두어 놓았던 노인네 같았다. 사태가 급박하였다.
“노인어른 우리를 좀 도와 주십시오. 우리는 저들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제일 큰형이 황급히 말하였다. 노인은 옆에 있는 큰 바위를 굴려서 그들을 그 곳에 숨겨 주었다.
얼마 있더니, 말을 타고 개를 끈 노인이 다가와서는
“이 근방으로 젊은이 일곱이 지나가는걸 못 봤습니까?”
노인에게 물었다. 노인은 머리를 흔들었다. 말을 탄자는 주위를 몇 번이나 돌면서 젊은이들을 찾다가 그냥 돌아가 버렸다.
노인은 다시 큰 바위를 일으켜 형제들이 나오도록 하였다. 일곱 형제는 그 동안 일을 자세히 이야기 하였다. 노인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바닷가로 이르는 길을 알려주면서
“배를 타거든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면서 가는데, 입을 꼭 다물고 가야 하네, 만약 뒤를 돌아보거나 말을 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버리네.”
말을 마치자, 손을 저으면서 어서 떠나도록 하였다.
형제들은 바닷가에 이르러서, 바람에 배를 띄었다. 배는 순풍에 돛 단듯 미끄러져 나갔다. 형제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떠났던 고향 보목리가 눈에 어리더니 순식간에 마을 개맡에 이르렀다. 그들은 배를 막 대면서
“아이고, 이제는 살았구나.”
제일 큰형이 내리기도 전에 한마디 하고 말았다. 그러자 그 타고 왔던 배가 다시 그 섬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들은 기가 막혔다. 다시 그 노인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말을 허수롭게 듣는 거요?”
겨우 이 한 마디를 하고는 노인이 직접 그들을 배에 태우고 같이 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무사히 고향까지 데려온 노인과 함께 보목리에서 지내었다. 그 노인은 사람의 모습을 한 신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을에서 적당한 곳을 골라 그 노인을 모셨다. 그 것이 절 오름 아래 당집을 지은 것이다.
그 후 오래토록 그 당에 모신 그 노인은 바로 보목리를 지켜주는 신으로 대대로 모든 마을 사람들에게서 숭앙을 받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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