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0년 외길 연극인생 ‘세이레’를 忍苦하다 | ||||||||||||||||||||||||||||||||||||
<예술가의집32> 연극인 강상훈 | ||||||||||||||||||||||||||||||||||||
| ||||||||||||||||||||||||||||||||||||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 ||||||||||||||||||||||||||||||||||||
| ||||||||||||||||||||||||||||||||||||
객석은 텅 비었지만 한창 연습중인 배우의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자그마한 무대, 연극인 특유의 발성으로 나지막하고 굵게 울려 퍼지면서 단박에 극장을 압도하고 마는 배우의 대사, 작품 속에서와는 달리 지극히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여기저기 나뒹구는 각종 소품들...나름대로 연극인의 작업실 풍경을 떠올리며 제주시내의 다소 번잡한 거리를 찾았다. 극단 세이레극장의 강상훈 대표를 만나러 가는 길, 지금까지 숱한 예술인의 작업실을 기웃거렸지만 연극인은 처음이다. 연극이라는 장르가 아직도 대중적이지 않거나 주변에서 연극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 혹은 그 두 가지가 복합된 까닭이겠다. 대로변의 빌딩 지하에 마련된 극단 세이레 극장의 첫 인상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피서객들이 자취를 감추고 난 늦여름의 바닷가 풍경처럼 좀 스산했다. -단원들이 북적일 줄 알았는데 무척 조용하네요.
-어려운 가운데서도 17년이나 극단을 이끌어오셨는데 대단한 것 아닌가요. 연극인이, 극단 대표가 소극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사치이거나 지나친 욕망은 아닐 터. 게다가 강 대표의 부인 정민자씨 또한 연극인이자 세이레 어린이극장 대표를 맡고 있는 동지이니 부부가 연극에 바쳐온 열정을 생각하면 극단을 운영하고 소극장을 마련하는 것쯤이야 지극히 당연한 열망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 가야 한편 연극을 볼까 말까 할 정도로 아직은 대중과 거리가 있는 문화 풍토에서는 소속 단원의 생계유지나 적어도 적자가 나지 않는 소극장 운영은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그럴수록 소극장이 필요하다고 강 대표는 단호하게 역설한다. 소극장이 있어야 장기간 공연이 가능하고 그를 통해 배우가 훈련될 수 있고 작품의 질이 향상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고정 관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더욱이 제주의 경우 대학에 연극 관련 학과가 개설되어 있지도 않고 따라서 연극 관련 전공자가 드문데다 연극의 상업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람 구하기 어렵고 돈 마련하기 어려우니 극단을 이끌어가기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 대표의 말마따나 가끔은 진지하게 후회가 되겠다 싶기도 하다. -30년 가까이 외길을 걸어온 연극인이 가끔이라도 연극한 걸 후회한다니 참 가슴이 아픕니다.
극단 세이레극장은 1992년 창단되었다. ‘세이레 레퍼터리 컴퍼니’라는 이름으로 공연 제작·기획단체인 ‘예술기획 세이레’의 전속 극단으로 출발했다. ‘세이레’란 세 번의 이레(7일·1주), 곧 삼칠일을 뜻한다. 전통적으로,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와 산모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금줄을 쳐서 부정 탄 사람의 출입을 금지시켰던 기간이 바로 세이레였다. 소중한 생명이 온전하게 꽃피는 데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최소한의 시간 세이레. 그런가 하면 사람이 되고 싶어 했던 곰이 환웅으로부터 받은 마늘과 쑥을 먹으며 인고했던 기간도 세이레였다. 새로운 존재로의 탄생을 위한 최소한의 인고의 시간 세이레. 강 대표가 극단 이름을 세이레로 정한 까닭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위기의 여자(시몬느 드 보봐르 원작)>를 창단 공연작으로 무대에 올린 이래 <배비장전(이재현 작·강상훈 연출)>, <콜렉터(존 파울즈 작·강상훈 연출)>, <굿나잇 마더(마샤로먼 작·정민자 연출)> 등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을 공연하였다. <제주바다는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늙은 부부 이야기>,<막차 탄 동기동창>, <북어대가리> 등은 그동안 치러진 전국연극제 제주특별자치도 예선대회 수상작들이기도 하다. 특히 <배비장전>은 프리뷰 공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첫 작품으로 당시 새로운 시도라는 호평을 얻었다. 프리뷰 공연이란, 제작 마무리 단계에 연극관계자를 비롯하여 일반인에게 작품을 무료로 공개하는 것으로 그 평가에 따라 수정 보완하여 본 공연에 들어간다. 이는 연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상품으로서 연극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1990년대 초반으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던 것. <조선희/프리랜서> |
'세이레 아트센터 > 관련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이레아트센터 하반기 공연안내(제주의 소리) (0) | 2010.06.08 |
---|---|
황가맹가-실버넷뉴스-오영식기자 (0) | 2009.11.13 |
제27회 전국연극제 대단원의 막 내려 (0) | 2009.06.17 |
제27회 전국연극제 제주대표출품작 '북어대가리' (0) | 2009.06.12 |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모임 제주도대표 허중웅씨 (0) | 2009.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