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저렇게 즐거워하다니, 정말 몰랐네!’라는 지역 주민들의 놀라움처럼 우리의 군부대 문화예술교육은 이렇게 한바탕 축제로서 끝을 맺었다. 이 축제 이후, 여러 통의 메일과 전화를 받았다. ‘소식들었습니다. 우리 부대 사병을 위해서도 교육을 해 주십시오’라는 내용들이었다.”
군인들을 위해서 축제를! 그리고 이러한 축제가 문화예술교육의 형태라면? 뜬금없이 군대에서 무슨 축제를 한다는 것인가. 이러한 생각은 실행에 앞서 조바심이 아주 많았다. 어떤 군부대에서 할 것인가, 어디서 지원을 받고, 어떤 콘텐츠로, 무슨 프로그램으로, 그리고 과연 군부대에서 이러한 것을 이해할까? 결국에는, 당연히 실행을 하였으며, 교육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고, 군부대에서의 교육은 축제와같은 하나의 문화적인 징후였다.
군인들의 일상은 사회 일반인들의 일상과 무엇이 다를까. 큰 범주에서말하면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단언하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도 구속적인 삶의 형태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군인 사회를 일반 사회와 별개의 세계로 생각하는 것은 보고 듣고 말하고 잠자는 일상이 집합적이고 한정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남성이 평생토록 끊임없이 풀어놓는 이야기 중에서 단연 으뜸인 화제가 다름 아닌 군부대 생활인데, 유사한 20대의 남자들이 모여서 집중적으로 산출한 이야기들이 어찌 쉬이 잊혀질 수있겠는가. 일반인들과 삶의 형식과 내용이 판이하게 다른 곳에서 2년여 간 지내는 그들에게는 어떠한 축제가 있는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군 현장에 있는 이들에게 우리는 위문품을 보내고 위문편지를 쓰고 위문공연을 한다. 이 모두 이미 친숙하다. 2차 대전 당시에 마드렌느 뒤트리히의 매력적인 무대공연으로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환호하였는지, 흑백 기록영화는 말하고 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쟈크린느 뒤프레가 군용 트럭에 자신의 첼로를 실으면서 몰려든 사병들에게 연주곡에 대하여 설명하는 열정적인 장면을 기억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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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것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우리는 군부대 현장에서 과거와 같은 위문공연 형태가 아닌, 사병 개개인의 직접체험을 위주로 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는 상당히 달라야 했다. 먼저 군부대의 궁극적인 목적과 그에 따른 대처 상황을 이해해야 했다. 또한 현장 적응뿐만 아니라, 피교육자에 대한 이해와 교육의 효과와 군 현장과의 맞물림에 대하여 선행학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경기도 여주군 육군 제20사단 기계화보병 6626부대에서 지난해 10월에 가진 ‘인간문화재와의 만남’인 강령탈춤놀이교육과 올해 3월에 가진 미술놀이교육, 전통차 시음교육은 축제를 교육의 형태로 풀어간 것이었다. 축제가 일탈의 장이면서 새로움을 향한 경계 넘기라면, 군부대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은 단연 축제의 몫을 다한다. 조직과 규율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접한다는 것은 창조적인 일탈의 방편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성공적인 교육을 위해 군부대와 자매결연을 맺은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과 결합하였다. 이 지역에서 군부대의 이미지는 대민봉사였다. 독거노인을 돕는 일에서부터 눈사태와 홍수 등의 재해 때마다 군 장병들이 나섰기 때문이다. 박신원 대대장의 지역 봉사에 대한 열린 의식과 그 동안의 활동 덕분에, 산북면의 차형신 면장이 이 군부대에서 선진군인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게끔 적극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산북면의 주민자치회에서는 문화예술교육 마지막 날, 시루떡을 준비해 와 모든 장병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군의 대민봉사 활동이 곧 지역사회와의 교류로 이어졌고, 문화예술교육은 그 사이에 끼어든 것이다. 대대장과 면장 그리고 교육자의 만남은 군과 지역사회 그리고 교육이 연계된 것이었으며, 예술은 그 중심에서 더욱 끈끈한 연계를 이어가도록 하는 방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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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예술교육에서 예술의 역할은 다분히 기능적이다. 그래서 군부대에서 실행한 이번 교육 프로그램은 예술이 지닌 유희적인 속성으로 디자인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이 점에 대하여, 강사들에게 사전에 부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 병사 120명을 동시에 교육해야 하는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타임벨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것은 피교육자의 공감각을 활용하기 위한 방식이다. 여러 곳에 마이크를 설치해 두고 강사의 지시에 따라 한 그룹에서 그룹 성원 전체가 수업한 내용에 대한 발표나 어떠한 표현을 하면, 다른 그룹에서 바로 다음 순서를 이어받아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수업 내용을 발표하거나 표현한다. 그리고 또 다른 그룹에서 잇따라 이것을 이어받는다. 이러한 교육 형태는 조직성이 강한 피교육자에 대한 교육 방법인데, 군부대의 특성인 조직성을 교육에 적극 활용하기 위한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본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수업 형태를 정착시키지 못했다. 교·강사 12명이 12개 조에 한 명씩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사회자가 이러한 수업의 형태를 파악하지 못하여 마이크를 혼자 차지하고 시종일관 각조에게 일직선의 수업을 하도록 진행하였던 것이다. 명령을 잘 따르면 수업이 잘 진행된 것으로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교육의 일면이 여기에서도 나타났다. 원래 의도했던 것은 조직성이 강한 피교육자의 특성이자 장점인 조직성을 자발적으로 조직에게 되돌려주어 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러한 교육 방법은 아직도 교·강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교육프로그램 디자이너인 본인 스스로도 현장 교·강사의 사전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특화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평가했을 때 교육을 놀이로 풀어낸 이 프로그램의 효과는 만족스러웠다. 교·강사와 사병은 한데 어우러져 한판 놀이처럼 교육을 했다. 교육은 축제의 한마당이 되었다. 군부대에서의 모든 문화예술교육 활동은 군의 지휘관, 지역사회 그리고 실무자와의 호흡만 잘 맞으면 얼마든지 훌륭한 교육방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며, 그 콘텐츠 또한 무궁하다고 본다. “원, 저렇게 즐거워하다니, 정말 몰랐네!”라는 지역 주민들의 놀라움처럼 우리의 군부대 문화예술교육은 이렇게 한바탕 축제로서 끝을 맺었다. 이 축제 이후, 여러 통의 메일과 전화를 받았다. “소식 들었습니다. 우리 부대 사병을 위해서도 교육을 해 주십시오”라는 내용들이었다. 왜 가지 않겠는가! 교·강사를 대상으로 한 특화교육을 강화하고, 예술이 지닌 강한 힘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모색을 한 후, 다른 많은 부대들도 찾아갈 것이다.
김상숙|1954년 경남 울산출생. 프랑스, 소르본 파리1대학 조형예술학, 미학, 예술철학 D.E.A 각각 졸업. 동대학에서 조형예술학박사, 건축환경디자인 작가로서 작품으로는 공/간/재/단이 있다. 또한, 전국사회문화예술교육 기획자로서 현장 교육프로그램을 산출하고 디자인한다. 저서로는 <시각예술문화컨텐츠, 예술과 오락사이>, <시각예술문화 읽기> 외 다 수. 현재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응용미술학과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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