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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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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주년국에 사만이가 있었다.

원래 집안이 가난한 데다 세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어 의지할 곳이 없는 사만이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밥을 얻어먹고 살았다. 비록 거지생활을 했지만, 행실이 얌전해서 마을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사만이가 열다섯 살이 되자 마을 어른들이 의논해 돈을 조금씩 모아 결혼을 시켜주었다. 사만이 부인은 바느질 솜씨가 좋았다. 사만이는 부인의 바느질품팔이로 끼니를 이어가며 살았다. 세월이 흐르고 자식들이 늘어나자 살림은 점점 버거워졌다.

하루는 부인이 가위로 자신의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잘라놓고 남편을 불렀다.

“그렇게 계속 놀면 어떻게 살아갑니까? 이 머리카락이나 장에 가지고 가서 석 냥만 받아 그 돈으로 아기들 먹일 쌀이나 사 오십시오.”
  부인의 머리카락을 팔아 돈 석 냥을 손에 쥔 사만이는 부인의 말대로 할 생각이 달라졌다. 이걸 살까, 저걸 살까, 생각을 굴리며 장판을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다 웬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부지깽이처럼 길쭉한 물건을 팔고 있는데,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게 뭡니까?”
“조총(鳥銃)이라고 하는 건데, 이것만 있으면 먹고 입고 할 수 있습니다. 석 냥만 내세요.”

사만이는 가지고 있던 석 냥을 다 주고 조총을 샀다.
언제면 남편이 쌀을 사와서 아이들 밥을 해줄까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부인은, 부지깽이 같은 이상한 것을 사들고 들어오는 남편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그게 쌀입니까?”
“모르는 소리 마시오. 이것만 있으면 먹고 살아갈 수가 있답디다.”

그날부터 사만이는 총을 메고 사냥을 나섰다. 그러나 아무리 헤매고 다녀도 노루 한 마리 걸리지 않았다. 부인은 빈손으로 돌아오는 남편을 다그쳤다.

“어느게 노루 사슴입니까? 이 불쌍한 아기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렵니까?”
“가만 있어보시오. 가죽도 고기도 더미로 쌓을 때가 있을 테니.”

사만이는 날마다 깊은 산중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역시 빈손으로 해가 뉘엿뉘엿 지는 산길을 걸어 내려오는데 무언가가 왼쪽 발에 툭 채였다. 무시하고 지나려 했는데, 무엇인가 연거푸 왼발에만 세 번이나 채였다.

‘왼발에 채이면 재수가 좋다는데, 뭐가 있어 그러나?’
  풀섶을 헤쳐 보니, 백년 해골이 뒹굴고 있었다. 깜짝 놀라 못 본 체 지나려고 발걸음을 옮기자 다시 또 왼쪽 발에 툭 채이는 게 아닌가!

‘이상도 하구나. 분명히 무슨 곡절이 있는 모양이다.’

예삿일이 아니라 여긴 사만이는 그 해골이 집안을 지켜줄 조상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소중히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을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게 고팡(부엌 옆 창고)의 큰 독 속에 모셔놓고 조상님이라며 위했다. 그리고 제사나 명절은 물론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음식을 차려 올렸다.

그러면서 재수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냥을 나가기만 하면 노루며 사슴이 뭇으로 잡혔다. 마당에 가죽이며 살코기가 더미로 쌓이고, 날마다 장에 가져다 팔기 바빴다. 사만이는 금방 부자가 됐다.

<참고문헌>
현용준(1996). 「제주의 신화」. 서문문고
현용준(1996). 「제주의 전설」. 서문문고
현용준(1996). 「제주도 민담」. 제주문화
고대경(1997). 「신들의 고향」. 중명

<자문위원>
현용준(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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