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의 머리카락을 팔아 돈 석 냥을 손에 쥔 사만이는 부인의 말대로 할 생각이 달라졌다. 이걸 살까, 저걸 살까, 생각을 굴리며 장판을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다 웬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부지깽이처럼 길쭉한 물건을 팔고 있는데,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게 뭡니까?” “조총(鳥銃)이라고 하는 건데, 이것만 있으면 먹고 입고 할 수 있습니다. 석 냥만 내세요.”
사만이는 가지고 있던 석 냥을 다 주고 조총을 샀다. 언제면 남편이 쌀을 사와서 아이들 밥을 해줄까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부인은, 부지깽이 같은 이상한 것을 사들고 들어오는 남편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그게 쌀입니까?” “모르는 소리 마시오. 이것만 있으면 먹고 살아갈 수가 있답디다.”
그날부터 사만이는 총을 메고 사냥을 나섰다. 그러나 아무리 헤매고 다녀도 노루 한 마리 걸리지 않았다. 부인은 빈손으로 돌아오는 남편을 다그쳤다.
“어느게 노루 사슴입니까? 이 불쌍한 아기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렵니까?” “가만 있어보시오. 가죽도 고기도 더미로 쌓을 때가 있을 테니.”
사만이는 날마다 깊은 산중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역시 빈손으로 해가 뉘엿뉘엿 지는 산길을 걸어 내려오는데 무언가가 왼쪽 발에 툭 채였다. 무시하고 지나려 했는데, 무엇인가 연거푸 왼발에만 세 번이나 채였다.
‘왼발에 채이면 재수가 좋다는데, 뭐가 있어 그러나?’ |
풀섶을 헤쳐 보니, 백년 해골이 뒹굴고 있었다. 깜짝 놀라 못 본 체 지나려고 발걸음을 옮기자 다시 또 왼쪽 발에 툭 채이는 게 아닌가!
‘이상도 하구나. 분명히 무슨 곡절이 있는 모양이다.’
예삿일이 아니라 여긴 사만이는 그 해골이 집안을 지켜줄 조상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소중히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을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게 고팡(부엌 옆 창고)의 큰 독 속에 모셔놓고 조상님이라며 위했다. 그리고 제사나 명절은 물론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음식을 차려 올렸다.
그러면서 재수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냥을 나가기만 하면 노루며 사슴이 뭇으로 잡혔다. 마당에 가죽이며 살코기가 더미로 쌓이고, 날마다 장에 가져다 팔기 바빴다. 사만이는 금방 부자가 됐다. | |